성령의 바람

J앨리 김 2023. 5. 18. 14:59

제목 : 성령의 바람  by J앨리 김    

 

 [개인 창작물입니다 - 마음대로 도용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드려요^^]

 

봄날의 손 결로 잔 머릿결을 흩뜨리고 간 그대의 촉감을 기억하고 있어요.

내 어깨를 만지고 숨고, 내 치마도 툭 하며 치고, 또 어디론가 숨고

나를 향한 그대의 장난기는 오래도록 촉감놀이였지요.

 

봄옷을 벗은 그대의 소식에 내 그리움은 뜨거운 열기로 짙어집니다

바람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그대를 긴 침묵에 빠뜨린 나의 둔감함 탓일까요

거칠어진 손 결에 묻어난 붉은 슬픔이 내 마음속에 불꽃으로 애를 태웠죠.

 

그대의 건조한 마음에 다가서지 못하고 길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난

바람의 잔상을 남긴 채 무겁게 발걸음을 떼는 그대의 뒷모습을 불러 세우지 못했고

동행 못한 처지를 변명하듯 내 시선만을 서둘러 보냈답니다.

 

낯선 옷을 입고 있는 그댈 다시 만났죠, 그해 가을요!

파란 스카프의 손끝이 그댈 향해 어색한 손짓을 했지만

식어버린 붉은 열정을 탓하듯 그대의 근심은 심장을 한숨짓게 했어요.

 

그때 얼음눈물이 가지런히 모은 두 손에 떨어졌어요.

그리고 하얀 목도리를 두른 겨울이 성큼성큼 내렸죠.

 

마음 깃이 모두 여며질 즈음 그리움의 손이 문틈 사이를 스쳤고

봄옷을 엮어줄 실을 찾아 조급함이 달리려 할 때.

뭉실뭉실 맴돌아 눈앞에 날리는 꽃잎구름

봄 모습의 그대란걸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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